AI를 배우는 일보다 환경을 맞추는 일이 더 커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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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공부하거나 실험하다 보면, 정작 모델보다 환경이 더 큰 문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에게는 특히 이 감각이 선명하다. 회사에서는 주로 Windows와 Linux 환경에서 CUDA를 전제로 작업하고, 집에서는 Mac을 쓰면서 Metal 프레임워크를 이용한다. 같은 파이썬, 같은 딥러닝 프레임워크를 다루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두 세계를 오가는 느낌에 가깝다.
표면적으로 보면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PyTorch나 TensorFlow를 설치하고, GPU나 가속기를 잡고, 학습이 잘 도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떤 환경에서는 CUDA 버전을 먼저 맞춰야 하고, 어떤 환경에서는 드라이버와 라이브러리 조합이 중요하고, 또 어떤 환경에서는 Metal 지원 범위와 동작 방식부터 다시 확인해야 한다. 코드 자체보다 환경 조건을 먼저 읽게 되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다.
이런 차이는 처음에는 그저 번거로운 정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문제는 설정의 복잡함보다 맥락이 자꾸 끊긴다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는 CUDA 환경을 전제로 버전과 의존성을 맞추는 데 익숙해져 있는데, 집에 와서는 Mac과 Metal에 맞는 방식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같은 모델을 돌리는 일인데도 머릿속에서 준비해야 하는 전제가 달라진다. 작업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시 시작되는 느낌에 가깝다.
PyTorch와 TensorFlow 모두 이런 문제를 완전히 없애주지는 못한다. 둘 다 강력한 프레임워크이지만, 실제 사용 경험은 운영체제와 하드웨어에 크게 좌우된다. Windows나 Linux에서는 비교적 익숙한 방식으로 환경을 잡을 수 있어도, Mac에서는 지원 방식이 다르고 최적화 포인트도 다르다. 어떤 기능은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어떤 기능은 생각보다 제한적이거나 우회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프레임워크를 배우는 일과, 프레임워크가 각 환경에서 어떻게 다르게 동작하는지를 배우는 일이 동시에 생긴다.
나는 여기서 적지 않은 피로를 느낀다. 배우는 일 자체는 원래 피곤하다. 하지만 그 피로는 보통 앞으로 나아가는 감각과 함께 온다. 반면 환경 차이에서 오는 피로는 종종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진다. 어제는 분명히 되었던 것이 오늘은 다른 머신에서 안 되고, 분명히 같은 코드를 돌리는데도 설치 방식과 설정 방식이 달라진다. 이런 차이는 기술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도, 실제 체감은 “왜 이걸 또 배워야 하지”에 가깝다.
특히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이 과정이 학습의 본질과는 조금 비껴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더 잘 배우고 싶은 것은 모델의 구조, 데이터의 의미, 실험 설계, 결과 해석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실제 시간은 종종 패키지 충돌, 가속기 인식 여부, 백엔드 설정, 버전 호환성 같은 문제에 먼저 쓰인다. 물론 이런 것도 실무에서는 중요한 능력이다. 하지만 중요하다는 것과, 반복적으로 소모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서 요즘은 환경을 완벽히 통일하려 하기보다, 차이를 인정한 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줄이는 쪽이 더 현실적이라고 느낀다. 회사에서는 회사 환경에 맞는 재현 가능한 CUDA 중심 설정을 분명히 두고, 집에서는 Mac과 Metal에 맞는 별도 경량 환경을 두는 방식이 오히려 낫다. 모든 곳에서 완전히 같은 경험을 만들려는 시도는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통일 비용이 더 클 때가 많다.
결국 이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작업 방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정말 줄이고 싶은 것은 설치 명령어 몇 줄이 아니라, 환경이 바뀔 때마다 사고의 흐름까지 같이 끊기는 경험이다. AI를 배우는 일이 환경을 맞추는 일보다 앞에 있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종종 그 순서가 뒤집힌다.
아마 앞으로도 Windows, Linux, Mac을 모두 오가며 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환경 차이를 덜 고통스럽게 다루는 나만의 기준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감각만 유지할 수 있다면, 적어도 불필요한 소모를 조금은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